[자본주의 4.0] 장교·해병·특전사 많아… 의무 다하는 사람, 기부도 잘한다


입력 : 2011.09.27 03:05 / 수정 : 2011.09.27 09:02


"있는 집 자식 빠지고, 없는 집만 군대 가면 국민이 화 안나겠어요?"
아너소사이어티 유일한 재벌회원 최신원 SKC 회장
수박만한 돼지저금통 - 오며가며 500원짜리 넣다보면 경차 한대 뽑을 돈 나와, 3년간 '돼지' 6마리 잡았소
나를 만든 건 해병대 - 스무살 넘었는데도 엄마가 밥 갖다줘야 먹는 애들, 그런 애들이 성공하겠습니까?


2000년대 초반 IMF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독거노인과 노숙자가 늘던 때였다.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기아대책본부에 목돈을 꾸준히 입금하는 후원자가 있었다. 입금자는 '을지로 최신원.' 모금회 직원들은 "이 최신원이 그 최신원인 줄 까맣게 몰랐다"고 했다. 개인 돈을 1억원 이상 실명 기부한 '아너소사이어티' 회원 49명 가운데 유일한 재벌인 최신원(59) SKC 회장 얘기다.

최 회장은 지금까지 모금회에만 12억8000만원을 기부했다. 개인 돈이다. 그는 "부자들이 (회사 돈뿐 아니라) 개인 돈을 많이 기부해야 나라 전체가 행복해진다"면서 "그게 바로 '자본주의 4.0'"이라고 했다. 이달 초 서울 을지로를 내려다보는 그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. 그곳엔 남들 사무실에 없는 비품이 네 가지 있었다. 기업과 사회, 그리고 기부에 대한 그의 철학이 응축돼 있는 듯했다.

①수박만한 돼지저금통(근검·절약)
"동남아 출장 갔다 길에서 보고 사왔어요. 우리나라 돼지저금통은 이만한 게 없거든. 오며 가며 500원짜리 넣다 보면 경차 한 대 뽑을 돈이 나와요."

②실물 크기 수탉 모형(도전)
"돌아가신 아버지(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)가 처음 해외에 수출한 상품이 '닭표 안감' 상표를 단 인조견이었어요. 한국, 잘산 지 얼마 안 됩니다. 허허벌판에서 일어선 그때 그 정신을 기억하려고 인조견으로 수탉 모형을 만들어 놨소."

③박정희 대통령 부부 초상화(공동체에 대한 부채의식)
"하지만 아무리 품질 좋다고 '닭표 안감'이 혼자 큰 게 아닙니다.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안 뚫었으면 오늘날 삼성·LG·SK가 어떻게 있겠어요?"

 ▲ 해병대 출신 최신원 SKC 회장(왼쪽 사진의 뒷줄 가운데)이 임직원과 함께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해병대 훈련을 받고 있다. 최 회장은 1998년부터 회사 직원들에게‘해병대 극기훈련’을 시키고 있다. 최 회장은 사무실에 대형 돼지저금통을 놓고 동전을 모아왔다(오른쪽 사진). 3년 전부터 잔돈이 생길 때마다 넣어 여섯 번 저금통을 뜯었다. /SKC 제공(왼쪽)·이덕훈 기자 leedh@chosun.com ④해병대 군모(노블레스 오블리주)


"40년이 다 돼가네요. 해병대 갔을 때 쓰던 거예요. 있는 집 아들일수록 꼭 군대 보내야 합니다. 신문에 대기업 오너 일가 군 복무 기록이 죽 나온 적이 있는데 참…. 있는 집 자식은 빠지고 없는 집 자식만 고생하면, 국민이 어떻게 화가 안 나겠어요?"

최 회장은 대학 1학년 마치고 해병대에 갔다. 본인은 육군 가려 했는데 선친이 해병대 가라고 했다. 훈련만 고된 게 아니었다. 주방에서 라면을 훔쳐 먹다 고참에게 걸려 눈에 불이 번쩍 나게 얻어맞았다.

"어찌나 배가 고프던지…. 근데 그때 굶주리고 매 맞은 게 내 인생에 크게 보탬이 됩디다. 배를 곯아야 '짬밥' 맛있는 줄 알고, 뼈가 부서지게 훈련해봐야 어려운 고비 만났을 때 '이쯤이야' 하거든요. 군대 말고 어디 가서 그런 교훈을 배우겠어요? 요즘 집집마다 스무살 넘어도 엄마가 밥 갖다 줘야 밥 먹는 아들이 많지요? 그런 아이가 사회에서 성공하겠소?"
최 회장은 "고생을 해봐야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가던 길 멈추고 밧줄 던져줄 줄 안다"고 했다. 그런 배움이 기부로 이어졌다고 했다.

"앤드루 카네기가 돈 많이 벌었다고 여태 유명한가요? 나누고 가서 이름이 남았지요. 한국 부자들이 부족한 점이 많지만 미워하진 마세요. 한국은 돈 번 역사도 짧고 기부한 역사는 더 짧거든요. 잘못할 땐 혼내도 잘할 땐 박수치면 부자들이 점점 더 기부할 겁니다."

-        하       략        -

[ Souce : http://news.chosun.com/site/data/html_dir/2011/09/27/2011092700184.html ]